모란이 지고 나면, 작약이 핍니다.
너무 화려해서 오래 머물지 못하는 모란이 사라진 자리를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에 조용히, 그러나 눈부시게 채우는 작약입니다.
모란은 서 있는 미인이고, 작약은 앉아 있는 미인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작약꽃은 순우리말로 함박꽃이라고도 합니다.
짧은 시 감상하시면서 함박웃음 지으시길 바랍니다.
● 목 차
- 나는 작약일 수 있을까 - 신은숙
- 울바위 - 도종환
-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 이승희
- 심었다던 작약 - 유희경
- 작약 - 유홍준
- 작약꽃(함박꽃) - 김남열
- 모란 - 장혜랑
-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 초여름 - 김용수
- 6월의 햇살 - 오보영
- 6월이 오면 - 도종환
- 6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 6월의 시 - 김남조
- 유월 - 배귀선
나는 작약일 수 있을까 - 신은숙
나는 작약일 수 있을까
문득 작약이 눈앞에서 환하게 피다니
거짓말 같이 환호작약하다니
직박구리 한 마리 날아간 허공이
일파만파 물결일 듯
브로치 같은 작약 아니
작약 닮은 앙다문 브로치 하나
작작 야곰야곰 피다니
팔랑,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작약은 귀를 접는다
그리운 이름일랑 죄다 모다 저 귓속에 넣으면
세상의 발자국도 점점 멀어져
나는 더 이상 기다리는 사람이 되지 않으리
산사에 바람이 불어 어떤 바람도 남지 않듯
울바위 - 도종환
작약꽃 옆에서 발을 씻는다
송홧가루 날려와 물가에 쌓인다
세상 근심에 여럿이 밤을 지샌 아침에도
울바위 아래 어여쁜 물 무심히 흘러라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 이승희
작약 속을 걸었다
작약이 없다
작약이 아닌 것들만 가득했다
죽는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거기와 이곳의 사이는 없고
환상이라고 하면 이미 환상이 아니다
여기는 한 번쯤 죽어야 올 수 있다는 말을 지독하게 혐오했다
물고기가 바라보는 곳을 새 한 마리도 바라본다
나도 그곳을 바라본다 모두 다른 곳인데 한 곳에 있었다
작약이 거기 있다
허공에 뿌리를 두고 꽃을 물속에 두었다
누가 밀어 넣었을까
누가 밀어 올렸을까
어떤 반성과 참회가 꼭대기를 흔들었다
내가 혐오하는 말은 모순일지도 모른다
무수하게 산란하는 물고기들이
내 얼굴을 스쳐 간다
작약 속을 걸었다 작약이 없다
이 모든 게 작약이 되는 날이 온다는 말을 혐오한다
치욕스러웠고 슬펐다
반복되는 작약
피가 물속으로 퍼져갈 때 작약꽃이 피었다
나는 집을 만들 손이 없었다
심었다던 작약 - 유희경
네가 심었다던 작약이 밤을 타고 굼실거리며 피어나
그게 언제 피는 꽃인지도 모르면서 이제 여름이라 생각하고
네게 마당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그게 아니면
화분에다 심었는지 그 화분이 어떻게 허연빛을 떨어뜨리는지
아는 것도 없으면서 네가 심은 작약이 어둠을 끌고 와
발아래서 머리 쪽으로 다시 코로 숨으로 번지며 입에서 피어나고
둥근 것들은 왜 그리 환한지 그게 아니면,
지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지도 않으면서
봄은 이렇게 지나고 다시 여름이구나 몸을 벽에 붙여보는 것이다
그러니 작약이라니 나는 그게 어떻게 생긴 꽃인지도 모르고
나도 아니고 너는 더구나 아닌 그 식물의 이름이 둥그렇게 떠올라
나는 네가 심었다는 그것이 몹시 궁금하고 또 그런 작약이
마냥 지겨운 건 무슨 까닭인지 심고 두 손을 소리 내어 떨었을 네가
그 꽃이, 심었다던 작약이 징그럽게 피어
작약 - 유홍준
유월이었다
한낮이었다
있는 대로 몸을 배배 틀었다
방바닥에 대고
성기를 문질러대는 자위행위처럼
간질을 앓던 이웃집 형이 있었다
꽃송이처럼 제 몸을 똘똘 뭉쳐
비비적거리던 형이 있었다
번번이 우리 집에 와서 그랬다
오지 말라고 해도 왔다
오지 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피할 수가 없었다
이상한 냄새가 났다
무작정 꽃피기만을 기다렸다
무작정 꽃송이만을 바라보았다
마루 끝에 앉아 오래 끝나도록 지켜보았다
작약꽃(함박꽃) - 김남열
작약꽃 꽃 잎 꽃 잎 둥근 모습처럼
내 마음 구석구석도 둥글 수 있다면
작약꽃 한 잎 한 잎 어우러져 아름답듯
내 영혼도 몸과 어우러져 맑을 수 있다면
작약꽃이 꽃망울 피울 때조차도
작은 꽃잎 조각조각 하나 되어 함박 피우듯
산만한 나의 조각조각 작은 생각들도
큰마음의 사랑 마음으로 꽃 피울 수 있다면
작약꽃이 태양빛 받으며 감사 기도하듯
내 영혼도 태양빛에 감사하고 기도하며
작약꽃이 시들어 떨어져도 뿌리는 기증하듯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마음으로 건강을 선사하듯
나 역시 내 안의 영혼으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다면
오, 신이여! 당신의 은총으로 내 영혼의 씨앗도
한 송이 작약꽃의 사랑처럼
수줍듯 함빡 웃으며 아름답게 피게 하소서
모란 - 장혜랑
그대 아무것도 내게 부탁한 일 없었는데
혼자 꽃 피우는 것 안타까워
몸 저리도록 떨리는
쓰디쓴 세월 한가운데
무엇으로도 가 닿지 못할 일 없는
고요한 봄날
마음이 다 한 끝에
모란꽃 붉게, 붉게 피었네
초여름 숲처럼 -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에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 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 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초여름 - 김용수
고운 님 얼굴 닮은 마음으로
가만가만 불어오는
명주바람 앞세우고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 사이로
은빛 햇살 쏟아져 아늑거리는
신록의 꿈을 안고
여름 너 벌써 왔구나
6월의 햇살 - 오보영
당신 얼굴 유난히 빛이 납니다
초록 세상 더해준 단비 내린 후
당신 자태 더 환히 드러납니다
아낌없이 발하는 당신의 빛이
세상을 더 밝게 숲의 공기 더
맑게 채워줍니다
6월이 오면 -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많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랑하는 동안 온갖 것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 합니다
그것은 반쪼가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며 내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6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6월의 시 - 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 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청한 하늘이
성 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웃음 가득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다인가도 싶고
은물결 금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 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과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유월 - 배귀선
푸른 신록 미끄럼질 쳐올 때
바람에 담긴 6월의 냄새
노오란 감꽃진 자리마다 몽당몽당 열매를 달고
따가운 햇살 한 움큼 바람에 청보리 노랗게 익는 한낮
감자꽃 가득한 흰 들녘엔 느린 걸음의 황소가 지나간다
뒷산 밤나무 꽃 흐드러지게 피면
짧은 밤 뒤척인 졸음을 못 이겨
빛깔 짙어지는 그늘을 빌려
잠시 쉬어가도 좋으리
멀리 산자락 마을이
액자 속 풍경으로 걸어올 즈음
나는 유월의 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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