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면 마음도 덩달아 젖어듭니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씻어내듯, 잔잔히 떨어지는 빗방울은 세상 모든 소음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
창가에 맺힌 빗물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은 오래된 시의 한 구절처럼 아련해집니다.
비에 젖은 가을 길을 걸을 때면, 사라져 간 시간들과 잊고 있던 마음의 조각들이 불현듯 떠올라 가슴을 두드립니다.
가을비처럼 스며드는 시 한 편과 커피 한잔의 온기를 함께 누려보세요.
● 목 차
- 가을비에게 - 이해인
- 비가 오는 날이면 - 윤보영
- 가을비 내린다고 - 윤보영
- 비가 내리네 - 김용택
- 가을비 - 도종환
- 가을비와 커피 한 잔의 그리움 - 이채
- 사랑한다 말 못하고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 나태주
- 너에게 - 정호승
- 비닐우산 - 정호승
- 비 오는날 - 박재상
- 비 - 이정하
- 가을비 - 서윤덕
- 가을비 - 목필균
- 가을비 - 원태연
- 비 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가을비에게 - 이해인
여름을 다보내고
차갑게 천천히
오시는군요
사람과 삶에 대해
대책 없이 뜨거운 마음
조금씩 식히라고
하셨지요
이제는
눈을 맑게 뜨고
서늘해질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시는군요
당신이 오늘은
저의 반가운
첫 손님이시군요
비가 오는 날이면 - 윤보영
비는
소리로 사람을 불러내지만
커피는
향으로 그리움을 불러냅니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들은 창밖을 내다보고
나는 커피를 마시며
그리움에 젖습니다
가을비 내린다고 - 윤보영
가을비 내린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비 그치면
하늘은 더 높아지고
높아진 만큼
그리움은 더 깊어질 텐데
깊어진 그리움에
구절초 핀 꽃 속에서
그대 모습
실컷 볼 수 있을 텐데
비가 내리네 - 김용택
비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비였습니다
산을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산이었습니다
흐르는 물을 오래오래 보고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강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오래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달빛이었습니다
나는 그 여인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새 잎이 돋아났습니다
사랑의 푸른 새 잎이었습니다
가을비 - 도종환
어제 우리가 함께 사랑했던 자리에
오늘 가을비가 내립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동안
함께 서서 바라보던 숲에
잎들이 지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고
오늘 낙엽 지는 자리에 남아 그리워하다
내일 이 자리를 뜨고 나면
바람만이 불겠지요
바람이 부는 동안
또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헤어져 그리워하며
한 세상을 살다 가겠지요
가을비와 커피 한 잔의 그리움 - 이채
가을비 촉촉이 내리는 날
외로움을 섞은
진한 커피를 마시고 싶은 것은
살갗 트는 외로움이
젖은 미소로 기웃거린다
가을비처럼 내린다 해도 좋은 것은
젖은 그리움 하나
아직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던 기억 한 스푼으로
넉넉히 삼키는 커피 한 잔이
가슴 밑동까지 파고듭니다
가을비 촉촉이 내리면
커피 한 잔의 그리움으로
아늑하고 싶은 마음 달래어봐도
짐짓 쓴 커피 맛은 사라지지 않지만
아름다운 추억 한 스푼을 넣은
커피 한 잔의 그리움으로
가을비 타고 올
그대를 그리고 싶습니다
사랑한다 말 못 하고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 나태주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꽃이 예쁘다느니 하늘이 파랗다느니
그리고 오늘은 가을비가 내린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이 가을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역에 나가 기차라도 타야 할까 보다고 말을 했지요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기차를 타고 무작적 떠나온 길
작은 간이역에 내려 강을 찾았다고
그렇게 짧은 안부를 보내주었지요
사랑하다는 말은 접어둔 채로 그렇게 떠나온
도시에서 이 강물이 그렇게나 그립더니만
가을이라 쓸쓸한 노을빛 강가에 서고 보니
그리운 것은 다른 어느 것이 아닌 사람이더라고
그렇게 당신의 그리움을 전해왔습니다
끝내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두고서
그 강가 갈대숲에 앉아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만 바라보았노라고 말을 했지요
사랑한다는 말을 내색도 없이 접어두고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주문처럼 외웠다 했습니다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간다지
저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도 간다지
그렇게 흘러 흘러 바다도 간다지
흐르는 것은 강물만이 아니더라고
나도 흐르고 너도 흐르고
우리 모두 어디론가 흘러가더라고
사랑한다는 말은 접어 둔 채로
그렇게 흐르는 것은 인생이더라
사랑한다는 말은 끝끝내 접어두고서
너에게 -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수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비닐우산 - 정호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 가슴이므로
그대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므로
오늘도 바람에 뒤집히는 일보다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행복합니다
비 오는 날 - 박재상
가슴을 다친 누이는
오지 못할 사람의 편지를 받고
다시 한번
송두리째 가슴이 찢긴다
아 하늘에서 쏟아지는 눈물
땅에서도 괴는 눈물의
이 비 오는 날
비 - 이정하
그대 소나기 같은 사람이여
슬쩍 지나쳐 놓고 다른 데 가 있으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몸은 흠뻑 젖었는데
그대 가랑비 같은 사람이여
오지 않는 듯 다가와 모른 척하니
나는 어쩌란 말이냐
이미 내 마음까지 젖어 있는데
가을비 - 서윤덕
여름을 씻어 내린다
짙푸른 잎 노랑빛으로 물들인다
온도를 낮추는 비
열매들마다 목을 축이며
저마다의 빛깔을 찾아 여물어간다
우리들도 우리의 빛깔을 찾는다
가을비 - 목필균
때론 눈물 나게
그리운 사람도 있으리라
비안개 산허리 끌어안고 올 때
바다가 바람 속에 잠들지 못할 때
낮은 목소리로 부르고 싶은 노래
때론 온몸이 젖도록
기다리고 싶은 사람도 있으리라
가을비 - 원태연
비가 온다
나는
잔디도
달팽이도
우산도 아니면서
비만 오면
이렇게
젖어만 든다
비 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를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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