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불어올수록 국화는 더 깊은 빛을 띠며 피어납니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화려하게 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서두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피어야 할 때를 기다렸다가 조용히 본연의 계절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 국화를 바라보고 있으면, 때로는 늦어도 괜찮고, 작아도 충분히 빛나며, 조용히 서 있어도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 국화는 그래서 더 특별하지 않을까 합니다.
● 목 차
- 들국화 - 이해인
- 들국화 - 이찬용
- 들국화 - 김용택
- 들국화 - 용혜원
- 들국화 - 정연복
- 끝 사랑 하얀 국화꽃 - 이민숙
- 소국 - 임재화
- 들국화처럼 - 손상근
- 들국화 - 이하윤
- 실국화 -장유정
- 국화 향기 -진은정
- 들국화를 위하여 - 이남일
- 들국화 - 이희춘
- 들국화 - 탁정순
들국화 - 이해인
꿈을 잃고 숨져 간 어느 소녀의 넋이
다시 피어난 것일까
흙냄새 풍겨오는 외로운 들길에
웃음 잃고 피어난 연보랏빛 꽃
하늘만 믿고 사는 푸른 마음속에
바람이 실어다 주는 꿈과 같은 얘기
구름 따라 날던 작은 새 한 마리 찾아주면
타오르는 마음으로 노래를 엮어
사랑의 기쁨에 젖어 보는
자꾸 하늘을 닮고 싶은 꽃
오늘은
어느 누구의 새하얀 마음을 울려 주었나
또다시 바람이 일면 조그만 소망에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들국화 - 이찬용
꽃 내음 가득 안고서
파아란 가을을 빚어라
불볕 욕망들이 이제는
다소곳 머리를 숙이고
비를 몰던 거친 바람도
조용히 숨을 고르네
밤송이 여물고 터지는
재미 제법 쏠쏠하느니
들국화 -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어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 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들국화 - 용혜원
차가운 눈빛으로 곳곳에 피어나는
하얀 들국화가 전해주는
가을 이야기가
속삭이는 밤마다
가슴에 다가온다
외롭게 피어난 들국화지만
마음의 크기
마음의 깊이
마음의 높이를 알 것만 같다
들국화 피어난 들판은
정다운 풍경을 만든다
찾아오는 이 고독하지 말라고
가을 여인이 되어
하얀 웃음으로 반겨주고 있다
들국화 - 정연복
삼월 목련처럼 눈부시지 않네
오뉴월 장미같이 화려하지 않네
가슴 설레는 봄과
가슴 불타는 여름 지나
가슴 여미는 서늘한 바람결 속
세상의 어느 길모퉁이
가만가만 피어
말없이 말하고
없는 듯 그 자리에 있는 꽃
찬 서리와 이슬 머금고
더욱 자기 다운 꽃
한철 다소곳이 살다 지고서도
그리운 여운은 남는
인생의 누님 같고
어머님 같은 꽃
끝 사랑 하얀 국화꽃 - 이민숙
하얀 얼굴에
소복이 담아놓은 향기는
임 그리워하는
아련한 마음이었어라
표표히 올린 꽃잎에
송이송이 묶은 마음은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순백의 지조를 지켜 피어 있었더라
그렇게 피었던 하얀 국화는
사랑하는 임의 지고지순한 꽃으로
한평생 곁에 머물다 그 임이 세상
하직하는 날 마지막을 지키며
그 곁에서 시들어가고 있었더라
피었다 사라지는 꽃잎이라도
돌아올 수 없다면 내세까지 따르는
그 마음 하얀 국화꽃
성실과 믿음이라는 꽃말로
신은 하얀 국화꽃을
마지막으로 만들었다지
끝까지 지키는 사랑 하얀 국화꽃
소국小菊 - 임재화
동그란 화분 속에서
앙증맞게 피어난 작은 꽃들이
메마른 이 가슴속에도
살며시 찾아들어
그윽한 국화향기를
말없이 풍겨내고 있습니다
들국화처럼 - 손상근
나즉히 살아갈 수는 없을까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면서
무서리 내린 아침
들국화처럼
흐르는 강가에서
하이얀 꽃잎만
나풀대면서
들국화 - 이하윤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 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이 읊은 시를 사랑합니다
실국화 - 장유정
아름아름 한 아름 피는 네 꽃에
국화 향 그윽이 피어오른다
찬이슬도 마다하지 않고 피는 꽃이라
늦가을도 싫지 않으니
만추가 머무는 이 계절에
더욱더 그렇게 가을을 꽃피운다
환한 미소
성숙한 가을 여심
국화 향기 - 진은정
부드러운 빛과 함께
향긋한 내음
고개를 들고 노래한다
수줍은 얼굴
따스하게 안아주고픈
형형색색의 멜로디
그해 가을
작년에 보았던 임처럼
바로 너였구나
그리고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생의 환희
언제나 너로 살아가는 이유
사계절 내내
행복한 나의 정원 가운데
너의 향기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래 너는 마지막 숨결같이
영원하게 이어지리
들국화를 위하여 - 이남일
꽃을 피우지 못한들 어떠랴
두 팔 벌려 서 있는 것만으로
가슴 가득 하늘을 마실 수 있고
씨를 맺지 못한들 어떠랴
향기를 피우는 것만으로
달빛 사랑 그 눈빛 다가오는데
돌보지 않는다고 시든 적 없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눈물 흘리지 않는
들국화를 위하여
조금은 외로운 곳에서
그리움 가득
그대 이름 불러보는 것만으로
황토밭은 알차게 익어가는데
들국화 - 이희춘
산골짝 오두막집 오솔길에
쪼들린 그들의 삶이 있었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깨어진 그릇만 나뒹구누나
그들이 심고 간 밤나무
볼품없이 고목 되어 변해있고
오두막 집주인
옛이야기 말하며 웃고 있다
그 몇 송이 들국화 집주인 되어
꽃향을 가득히 바람에 실려 보내는구나
들국화 - 탁정순
가장 쓸쓸한 날에 내게 다가와
가는 허리 나풀거리며 춤추는 그대
화사한 미소에 시름을 잊었다
그 긴 세월 들풀로 지내다
고독이 서리 내릴 때쯤 홀로 피어
세속의 많은 뿌리를 잠재우고
보랏빛 사랑 꽃 피운다
묵묵히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은
옛 선조의 군자의 덕을 본받음이며
시련을 이길 줄 아는 강인함과
꺾이지 않는 지조는
옛 여인의 절개를 본받음이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혹독한 고통을 안고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음은
세상 모든 아름다움의 표본이어라
오늘은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그대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
그대 닮은 한 송이 꽃이고 싶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우정이고 싶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가을비와 관련된 시 모음 / 가을비와 그리움
가을비가 내리면 마음도 덩달아 젖어듭니다.여름의 뜨거운 기운을 씻어내듯, 잔잔히 떨어지는 빗방울은 세상 모든 소음을 잠시 멈추게 합니다.창가에 맺힌 빗물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풍경은
elf1004ja.com
코스모스 시 / 코스모스 관련 짧은 시 모음
드디어 기다리던 9월이 찾아왔습니다.숨이 가빠지던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살맛 나는 기분이 듭니다.길고 지루했던 여름의 길목을 벗어나니 바람결에는 한결 서늘한 기운
elf1004ja.com
9월의 시 / 9월에 감상하면 좋은 시 모음 (1) / 나를 위한 응원 메세지 일러스트 모음
9월은 문득 시 한 편이 그리워지는 달입니다.유난스레 뜨겁던 여름은 서서히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은 9월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옵니다.매미의 요란한 울음소리는 저만치 멀어지고, 귀뚜라미
elf1004ja.com
배추 겉절이 맛있게 만드는 법 / 실패없는 알배추 겉절이 / 칼국수집 겉절이
무덥고 습한 여름입니다.신김치는 물리고 요즘처럼 밥맛 없을 때, 갓 무친 알배추 겉절이 한 젓가락이면 입맛이 살아납니다.배추가 맛있는 요즘 배추 겉절이 맛있게 만들어 하얀 밥 위에 척—
elf1004ja.com
양파를 먹으면 찾아오는 건강 5가지 / 양파, 금방 무르지 않게 하는 보관법 (나혼산 박나래 양파
여름엔 냉장고 문을 하루에도 수십 번 열고 닫습니다.특히 양파처럼 자주 쓰는 식재료는 꺼내기도 쉽고, 상하기도 쉬습니다.껍질 있는 양파는 금세 싹이 트고, 깐 양파는 물러지거나 냄새가 퍼
elf1004ja.com
사랑에 관한 시 모음 / 짧은 사랑 명언 20선
사랑을 주제로 한 짧은 시 모음입니다.사랑은 아름다움과 기쁨을, 때로는 아픔과 그리움을 동반합니다. 시인들은 이러한 감정들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며, 우리는 그 시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elf1004ja.com
'인생 명언,공부 명언,사랑 명언,좋은 메시지,좋은 글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국화 시 모음 / 국화에 관한 시 모음 2 (0) | 2025.09.10 |
---|---|
가을비와 관련된 시 모음 / 가을비와 그리움 (0) | 2025.09.06 |
9월의 인사말 / 초가을, 인사말 모음 (0) | 2025.09.05 |
코스모스 시 / 코스모스 관련 짧은 시 모음 (0) | 2025.09.04 |
가을 시 모음 / 이해인 시인 / 초가을에 감상하면 좋은 짧은 시 (0) | 2025.09.04 |